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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각 18시 25분, final exam을 마치고 집에 와서 바로 후기를 작성하려고 한다. 원래대로라면 매일, 매주 쓰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여유가 없는 시간 때문에… 이제 한꺼번에 작성하려고 한다.
아래는 내가 주차 별로 느낀 점과 있었던 일들을 적은 것이니 그냥 개인적인 일 정도로 보고,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참고로 러쉬(팀 과제)는 평가를 받는 날짜를 기준으로 n주차 목록에 넣었다.

라피신

1주차

개인 과제

첫 날에 클러스터(실습장?)에 가는데, 맨 처음 느낀 점은 맥이 엄청 많다는 것이었다. 뭔가 맥이 얼기설기 빽빽하게 놓여있어서 공장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앉아서 대기를 하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기도 하고 내가 여기 온 목적이 의사소통 능력 키우기여서, 그냥 옆사람 아무한테나 “아까 보니까 무슨 서류 쓰던데, 혹시 작성 하셨어요?” 하고 말 걸었다. 그러고 대화를 몇 마디 나눴다. 주로 초반에 하는 얘기는 “전공자세요? 왜 오셨어요?” 정도다.
오티를 하긴 하는데, 크게 어떻게 하시면 돼요 이런 얘기는 없고, 슬랙을 실행하는데 이것부터 왠지 접속이 안 되고 애먹었다. 그때 보컬분의 말씀은 “아직 실행 못 하신 분?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이거였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모른다고 혼자 끙끙거리고 있으면 손해고 남들에게 주저하지말고 물어봐야 살 수 있다. 여기서부터 42서울의 모토가 벌써 묻어나오는구나 싶었다.

오티가 끝나면 뭐 없다. 진짜 그냥 맥 앞에 덜렁 앉아있는데, 대충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일반적인 IDE가 아니라, vim을 써서 터미널에서 코드를 짠다고 들었다. 그때 든 생각이 “그러면 디버깅은 어떻게 하지?” “실행은 어떻게 하라는 거지?”였다. 게다가 쓸 수 없는 함수는 또 왜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심지어 어떤 구문조차 사용할 수 없었다. 여기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쉘 명령어에 대해서도 하는데, 일부러 쉘과 맥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는 것 같았다. 이런 거 저런 거 출력도 해보고, 포맷팅도 해봤다. 그러다보니 왜 개발자들이 맥을 쓰는지 알 것 같았다.
개인적인 느낌이긴 한데, 윈도우는 GUI, 맥은 터미널로의 작업에 특화된 것 같았다. 터미널로만 봤을 때에는 솔직히 맥이 좋긴 했고, 운영체제가 유닉스 쪽인 것 같아서 특히나 서버 쪽 개발자분들이 많이 쓸 것 같았다. 게다가 맥이 터미널쪽에 특화되다보니 더 빠르게 느껴질 순 있을 거 같았다(사실 나는 속도 차이를 잘 모르겠다).

나는 1주차는 거의 C언어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쉘만 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쉘을 그다지 안 좋아하는 편이라 더 애 먹었다.

Exam 00

대망의 시험일이다. 첫 시험에는 시도조차 못 하고 퇴실하는 사람이 많다 해서 긴장했었고, 주변 사람과 깃 설정을 어떻게 하는지부터 천천히 되짚으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험이 시작하고 딱 화면을 보는데, 아무것도 없다. 막 새로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켠 느낌이다. 뭐 바탕화면에 readme 이런 거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없다.
터미널을 열고 “하, 나도 시험 못 치고 나가는 사람 중 하나가 되는건가.” 하고, 체념한 상태로 터미널에서 뭐 없나 하며 이것저것 뒤적거리고 있는데 찾았다. 난 역시 대단했다.
시험 직전에 나랑 깃 얘기 하셨던 분은 그대로 시험을 시작하지 못하고 퇴실하셨는데, 뭔가 나랑 열정적으로 시험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얘기하다가 그 분은 정작 시험을 보지 못하셔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나는 당연히 내 개인 진도에 맞춰서 그 수준 내의 문제가 나오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결국 시험 시간이 부족해서 그냥 finish를 하고 나왔다.

이벤트

6기 2차는 설날이 껴있어서, 설날에도 차례만 잠깐 지내고 바로 클러스터로 갔다. 설날이라고 비공식 깜짝 이벤트를 했는데, 그때 내가 동료평가를 하러 간 상황이라… 뒤늦게 공지를 봤고 선착순 이벤트는 이미 마감되어 있었다. 알고보니 스티커와 핫팩이었는데, 스티커는 너무 탐이 났다.
스티커를 받고 돌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다가 화장실을 가면서 이미 선착순 등록한 사람만 대상이란 걸 알고는 있지만, 한 분을 붙잡고 “선착순 등록한 사람만 받는 거예요?” 하고 여쭤봤다. 그랬더니 “아, 그런 것 같아요. 이거 핫팩이랑 스티커랑 있는건데… 전 필요 없는데 가지실래요?” 라고 하셨다. 나야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어 그러셔도 괜찮으세요? 감사합니다!” 하고 얼른 받아왔다.

goods
(2월 25일에 찍은 건데, 컨디션이 안 좋아서 손톱이 깨졌다.)

나중에 노트북 오면 붙여야지 헿

2주차

개인 과제

슬슬 쉘을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때 부터는 개인 과제에서는 별 다른 이슈는 없다.

2주차부터 나는 동료 평가에 재미가 들려서 하루에 거의 7~8개는 하러 다닌 것 같다. 같은 기능을 구현하더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구현한 걸 보는 게 재밌었다. 가끔가다가 “이렇게도 구현/표현할 수 있구나.”하고 내가 배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평가를 받을 때에도 세세하게 질문하시는 분도 계셨고,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그 자리에서 같이 구글링을 해보거나, 아니면 평가가 끝나고 따로 조사해서 슬랙으로 레퍼런스를 드리기도 했다.
확실히 비전공자라고 해서 배울 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전공자라고 해서 꼭 겁먹거나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냥 다 똑같은 피시너일 뿐이었다.

러쉬

1주차부터 러쉬(팀 과제)가 있는데, 다른 후기들을 보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00점을 맞을 수 있는 러쉬라고 해서 바로 신청했다. 팀원은 랜덤매칭이었고, 이번에도 팀장을 맡았다(이건 시스템의 음모 수준이다).

나는 팀원들에게 선택지를 줬는데,

  1. 각자 알아서 짜보고 와서 어떤 걸로 제출할지 결정
  2. 와서 회의를 하고 프로세스 어떻게 할 건지 결정한 후, 분업

정도였고, 팀원들이 전부 1번을 골라서… 모이기로 한 당일 아침에 부랴부랴 코드를 짜서 갔다. 이게 가능했던 게, 1주차는 정말 쉬워서 문제를 보자마자 “시간이 1시간도 안 걸리겠구나.” 했기 때문이다.
이후 팀원들과 모였는데, 한 분은 여러 문제 중, 하나만 풀어오셨고, 다른 한 분은 작업물이 날아가서 내 걸로 제출을 하기로 했다. 내 코드엔 예외처리 부분이 생략되었는데, 재도전 하신 분께서 그 부분을 잘 캐치해주셔서 결과는 outstanding으로 116/100점을 받았다. 이때 들었던 말이 함수를 깔끔하게 사용했다는 것과 전공자냐는 질문이었다. 코드에서 전공자 냄새가 나나보다.

보너스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 최고점인 120점을 받기 위해서는 뭔가 기능을 하나 더 넣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걸 문제에서 명시를 해놓지 않았고, 결국 셋 다 그 기능을 모르는 상태로 평가를 받아서 아쉽게 116점이 됐다. 후에 카뎃 분께서 그 기능을 어떻게 구현하는지를 잠시 보여주셨다.

Exam 01

이번엔 반은 넘어야겠다! 하고 호기롭게 시험을 치러 들어갔으나, 역시나 출력을 포맷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문자열 끝에 개행을 찍어주는게 각 문자열마다인지, 아니면 모든 문자열을 일렬로 출력하고 마지막에 찍는건지, 문제에서 말하는 argument 개수의 기준이 파일명까지 합친 개수인지, 아니면 그냥 파일명을 제외한 argument 개수인지를 몰랐다. 문제에서도 안 알려준다. 그래서 이런 저런 경우의 수를 전부 다 넣어봤는데 다 fail 뜨고, trace 내역을 보자니 뭘 argument로 넣었는지 보여주지도 않고 결과물만 보여주고, 디버깅도 안 되고 여러 가지가 겹쳤다. 결국 이번에도 시간 문제 때문에 그냥 finish 하고 나왔다. 억울해서 복장이 터질 것 같았는데, 집에서 한숨 자고 나니까 기분이 또 썩 괜찮아졌다.

3주차

개인 과제

이때부터 다들 예민해지기 시작한다. 복도에서 “왜 평가 안 해주시냐고요. 평가 해달라고요!” 하면서 소리지르고 싸우는 소리도 들린다. 내가 평가한 피평가자 중에서는 러쉬 팀원들과의 마찰 때문에 손을 벌벌 떨면서 화가 난 상태로 평가를 받은 분도 계셨다(진정하기 힘들 정도로 화가 나신 상태였다.). 클러스터 입구 앞 소파나 의자에는 쪽잠을 자는 사람도 늘어난다. 언제 가도 꽉 차있던 클러스터가 3주차 부터는 1주차때의 풍경과 확연히 달라지는데, 특히 아침 시간대에는 자리가 꽤 많이 비어있다.

그 속에서도 나는 그냥 꿋꿋하게 개인 과제를 하고 평가하고 평가 받으러 다녔다. 그러다가 나도 드디어 빌런(?)을 만났다.

내가 평가를 받는 입장이었는데, 평가자가 내 코드를 보더니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동료 평가가 일종의 코드 리뷰인데, 피평가자인 내 앞에서 한숨을 푹푹 쉬고, 이거 왜 이렇게 짰냐,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했다. 당연히 나는 “그럴 수 있지” 하고 로직을 설명하려 하는데 계속 내 말을 끊었다. 설명도 못하게 하면서 이해가 안 된다고 한숨을 초마다 쉬는데 이걸 내가 어떻게 할까. 제일 생각이 많아졌던 말이 “저 같은 비전공자도 알아보기 쉽게 작성하셨어야죠.” 이거였다. 이게 어찌보면 코드를 쉽게 작성해야 하는 건 맞는데, 코드를 보는 사람은 개발자들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내가 포인터를 써서 그렇지, 그렇게 복잡한 코드도 아니었다). 코드 리뷰의 금기인 비난을 계속 받다보니 할 말은 많았는데, 느낌이 뭔가 더 반박하거나 하면 길어질 거 같아서 그냥 조용히 시간이 지나가길 빌었다.
동료평가는 평가자가 피평가자에 대해, 피평가자가 평가자에 대해 서로 피드백을 줄 수 있는데, 그 평가자가 이상한 말을 써놓았다면 나도 질 수 없다의 입장을 취하려 했다. 그런데 피드백을 읽어보니 글이 상당히 순화되어 있어서 나도 감정 꾹 누르고 순화해서 적었다.

그래도 그 평가자가 했던 말들을 생각해보면 몇 개는 주워들을 말이 있었다. 이게 내가 그때 당시에는 “내가 지금 너무 감정적이니, 사리 구분이 잘 안 되겠다.”하고 생각해서 같은 과제의 다른 평가 시간에 다른 평가자분께 양해를 구하고 “~ 라는 의견이 전 평가에서 나왔는데, 어떻게 개선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고 여쭤봤다. 그리고 그 평가자분은 “이런 점을 이렇게 개선하면 코드가 좀 더 깔끔해질 것 같아요. 이 변수는 거의 사용하지 않잖아요.” 식의 피드백을 주셨다.

3주차 평가에서는 중요한 걸 배웠다고 생각하는 게, 과제에서 요구하는 바에 코드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 “틀렸어요.” “이건 쓰레기 같은 코드예요.”하고 무작정 말하기보다는 “이런 부분은 주의하셔야 해요.”, “이 부분을 이렇게 개선하면 더 좋은 코드가 될 것 같아요.” 식으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말이어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는 것처럼, 말의 뜻 뿐만 아니라 어떻게 전달할지도 더욱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러쉬

이때부터 러쉬가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주로 알고리즘 문제가 많이 나오는데, 42서울을 하면서 느낀 점이 내가 알고리즘 문제에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뭔가 기능적인 면을 구현하는 건 잘하는데, 예를 들어 깊이 탐색이라든가, 백트래킹이라든가 등등의 문제에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까지는 하겠는데 구현까지는 버거웠다. 게다가 이런저런 제약조건까지 붙으니까 많이 힘들었다. 여기서 알고리즘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겠다고 느꼈다.

이번 러쉬는 난 팀장이 아니었는데, 분업을 해서 내가 처음에 터미널에서 패러미터를 가져와서 세팅하는 부분을 맡았다. 난 전체적인 로직과 param, return 값 및 어떤 함수를 쓸지를 정하고 분업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시간도 시간이고 뭔가 그런 일에 팀원들이 익숙하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내가 짠 패러미터 분리 로직은 빛을 보지 못했다. 나는 n개까지의 모든 조건을 다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놨지만 4개의 조건까지만 처리하기로 합의를 봤고, 밤을 새서 로직을 짜오신 분이 본인 것으로 하기를 원하셔서 그냥 넘겨드리고 리팩터링만 했다.

그리고 결과는 당연히 0점이다. 우리가 norminette 규정을 어긴 게 있어서, 점수는 받지 못했다.

4주차

개인 과제

내가 레벨이 아마 6레벨 정도였는데, 원래 여지껏 데이터상으로는 평균 수치였으나, 이번 기수에는 괴물들이 많아서 8, 9레벨 분포가 꽤 많았다. 이때부터는 내 마인드가 “하하 본과정 갈 수 있으면 가는 거고, 못 가면 어쩔 수 없는 거고.”의 마인드였다. 이게 설렁설렁 하겠다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하긴 할텐데 “본과정을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가 42에 맞지 않는 사람일 뿐이지 개발자가 안 맞는다는 건 아니다.”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재도전하고 싶을 미련이 남지 않도록 불사르겠다는 태도였다(실제로 지금은 재도전 할 생각이 1도 없다). 그렇게 남들이 앞으로 치고 나가든 말든 나는 묵묵하게 내 페이스대로 과제를 수행했다. 평가도 매일 꾸준이 하러 다니며 보고 배운 걸 내 코드에 접목하고 평가받고를 반복했다. 평가 피드백도 정성껏 열심히 썼다(다들 나보고 생활기록부 적는 것 같다며 고등학교 선생님 같다고 했다).

마지막 주 목요일에는 분명히 사람들이 시험 준비하러 간다고 평가 일정을 잡지 않을 게 뻔해서 사실상 수요일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 날, 나는 드디어 엄청난 분을 만났다.
항상 슬랙에 테스트 케이스를 올려주시고, 질문을 다 받고 계셨던 피시너가 한 분 있었다. 드디어 그 피시너를 내 과제의 평가자로 만난 것이었다. 평가 시간에 그 분의 아이디를 보자마자 놀라서 “어?” 하고 쳐다봤는데, 왜 이렇게 놀라냐며 그 분이 더 놀라셨다.
평가가 시작되고 피드백을 받았다. 내 코드에서 포인터가 null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그 점을 짚어주시면서 직접 확인까지 시켜주셨다. 추가적으로 어떻게 메모리 누수를 체크하는지도 보여주셨다.
역시 동료 평가는 하는 입장이든, 받는 입장이든 배울 게 많았다.

러쉬

결론부터 말하자면 팀원들끼리 열심히 머리를 맞대 본 결과, 포기했다. 파이썬으로 하면 어떻게 할 지가 감이 잡히는데, 이걸 제한된 함수를 가지고 C언어로 구현하자니 도저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주변에도, 평가를 하러 다니면서 여쭤봤는데 다들 돌아오는 대답은 “저희 그거 포기했어요.” 였다.
그래도 평가 시간에는 참여해서 카뎃 분께 어떤 로직인지를 듣고, 다른 팀들은 어떻게 했는지도 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우리 팀이 되게 아쉬워하며 낙심하니까 카뎃 분께서 그래도 도전한 게 어디나며 아예 러쉬 등록도 안 한 사람도 있다고 기를 살려주셨다. 그래서인가, 평가 피드백에 그 부분에 대해 적어주셨다.

BSQ

4주차에는 BSQ도 생긴다. 무슨 약자인지는 모르겠는데, 기존 러쉬가 3인의 팀이라면 BSQ는 2인이 한 팀이다. 그리고 누구랑 같이 팀을 꾸릴 건지를 결정할 수 있다.
나는 슬랙에 모집공고(?)를 올렸고, 몇 시간 뒤에 같이하자는 연락이 와서 BSQ를 진행했다.

팀원 분은 비전공자였던 것 같은데, 본과정 진행중인 친구에게 질문을 하며 라피신을 진행하신 것 같았다.
솔직히 조금 답답한 면이 있었던 게, 로직 다 짜오고 어떤 함수 쓰면 되겠다고 말씀드리면서 레퍼런스를 드려도 다른 걸 찾아보고 계셨다.
BSQ 제출하기 직전에 코드에 문제가 있어서 수정해야 하는데, vscode 단축키를 모르고 계셔서 하나하나 일일이 하고 계셨다. 그것까지는 뭐라 안 하겠는데, 내가 “이런 기능 쓰시면 바로바로 할 수 있어요.” 하고 알려드려도 그걸 안 쓰신다. 뭔가 조금 느리신 분 같았다. 그래서 조금 기다리다가 제출 마감을 10분을 남겨두고 내가 로직을 수정해서 올렸다.

어찌저찌 완성하고 테스트들 다 통과했는데, 결과는 50점이었다. trace 내역을 보니 컴파일이 안 됐다는데, 명령어를 작성해 놓은 것 중에 문제가 있었나보다(무슨 명령어인지는 안 알려줄거다!).

Final Exam

대망의 마지막 시험. 이번 시험까지 망치면 난 전공자, 실무자로서의 자존심이 스크래치 날 것 같았다. 그러던 와중 어떤 얘기를 들었는데, 시험을 어떻게 준비하는지였다. 이게 단순히 그냥 공부하는 거면 그냥 넘기겠는데, 내가 생각하지도 않던, “저게 제제를 안 받는다고?” 싶은 내용이었다.
라피신을 하면서 항상 들었던 생각이

  1. 동료에게 물어본다.
  2. 로직을 알아온다.
  3. 구현한다.
  4. 그러면 그 코드는 과연 내 것인가?
    1. 내가 그 사람의 로직을 완벽히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다면 내 것이다.
      1. 그러면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내가 완벽히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다면 되는 것 아닌가?
        1. 그런데 왜 이전 기수가 만들어 놓은 것을 사용하면 안 되는가?
        2. 왜 구글링으로 코드를 검색하면 안 되는가? 42서울에서 내건 학습의 방식이 동료에게 물어보기, 구글링하기가 아닌가?

였다. 이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는데, 다른 사람들이 여지껏 시험을 어떻게 준비했는지를 듣고 상실감이 들었다. 나도 그렇게 했어야 했나. 내가 너무 미련하게 했나보다. 그래서 나도 그걸 직접 보면서 “아, 포맷팅을 저런 식으로 하라는 거였구나.” 등의 깨달음을 얻었고, 실제로 Final Exam의 점수는 반등했다. 여전히 내 기준과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진작부터 이랬더라면 내 레벨은 8이 아니라 10 정도에서 끝나 있었을 것이다. 이걸 바람직하다고 볼 지는 개인의 몫인 것 같다.

무엇을 배우고 무엇이 바뀌었는가?

일단 성격적으로 조금 바뀌었다. 원래 내가 옷을 사러 가거나 했을 때 점원 분들께서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하고 오시면, “아뇨 그냥 볼게요.”하고 거절했었다. 그런데 이 변화는 1주차 때부터 나타났던 게, 옷을 사러 갔을때 내가 직접 점원 분께 “이거랑 어떤 거 같이 입어야돼요?”, “이거 색 저랑 잘 맞아요?”, “이거 세탁 어떻게 해요?” 등의 말을 걸었다(특히 어떻게 입어야 하냐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 딸 소개팅 챙겨주는 것처럼 열심히 봐주신다). 근본적으로는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걸 매우 꺼렸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무뎌진 것 같다. 애초에 그걸 바랐고, 라피신에서 작정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요즘 과제 어때요”, “저 이 부분 잘 모르겠는데, 시간 괜찮으시면 한 번 봐주실 수 있으세요.” 등의 질문과 대화를 자주 했다. 이 정도면 큰 변화인 것 같다.

코드 리뷰가 어떤 건지 알 것 같다. 회사 다닐 때에도 제대로 코드 리뷰를 진행한 적이 없어서, 막연하게 코드 리뷰가 어떤 건지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서로의 코드를 보면서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코딩 스타일도 나눌 수 있는, 지식 공유의 장 같았다. 그런 코드 리뷰에서 말을 어떻게 해야 상대를 상처주지 않으면서 잘 설득시킬 수 있을지를 배웠고,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재도전 할 생각은?

없다. 이번 도전에 거의 모든 걸 다 쏟아부었다고 생각한다(특히 마지막 주에는 운동조차 하지 못했고, 잠도 못 잤다). 최선을 다했으니 미련이 남지 않고, 나는 이번 라피신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일 것 같다. 그리고 의사소통에 대한 원래의 목적은 달성했다.

여담

집은 윈도우, 클러스터는 맥

아 이거 은근히 헷갈렸다. 클러스터에 있는 시간이 거의 많게는 11시간, 짧게는 6시간 정도 있다 보니까 집에 오면 윈도우에서 커맨드 키를 누르려고 한다. 한영도 ctrl + space를 눌러서 변환하려고 한다. 가끔 윈도우에서 이거 어떻게 하더라 할 때도 생겼다. 과장같아 보일 수 있는데, 이거 진짜다.

주변에 먹을 거

아지매 국밥을 자주 갔다. 맛있기도 하고 양도 든든해서, 밥을 자주 거르고 한 번에 든든하게 먹었던 4주차에 꽤 많이 갔었다(나 고생 많이했다…).

사푼사푼 카페도 몇 번 갔었는데, 예전에 한 번 갔을 때에는 그냥 커피를 주문했다가 이번에는 갑자기 진생치노라는 게 눈에 띄었다. 내가 원래 식당이나 카페를 가면, 그 곳만의 시그니처를 되게 궁금해하는 편이라 이번엔 진생치노를 마셔봤었다. 컨셉이 카푸치노 + 홍삼인데, 처음에 진생치노 블랙(에스프레소 + 홍삼)을 마셨다. 맛이 처음에는 일반적인 커피 맛인데 끝 맛에서 홍삼 향이 확 치고 올라온다. 가히 충격적인,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맛이었는데 오늘 한 잔 더 마셨다. 진짜 처음 마셨을 때에는 머릿속에 ????????만 남았었다. 근데 마시다보니 생각보다 중독성 있는 것 같기도..?
홍삼을 싫어한다면 아예 안 마시는 걸 추천하지만, 그래도 궁금하다면 홍삼 향이 비교적 덜 한 진생치노 소야/화이트를 추천한다.

그 밖에 무난한 건 서브웨이나 에그드랍, 셀러데이즈도 몇 번 갔었다.

게임 친구가 생겼다

평가를 하러 오신 분이 로아를 하시는지, 모코코를 프로필로 설정해두셨다. 평가 시작 전에 로아 얘기를 좀 하다가 닉네임 교환하고 발탄 트라이 도움 받기로 했다. 모야호!

어쨌든 25일 간 매일 클러스터 가면서 여러 경험을 하고 왔는데, 25일의 시간 동안 완전히 몰입해 본 것도 처음이었고 굉장히 의미있던 시간이었다. 3월 7일이 본과정 시작이니까 그 전에 결과가 나올텐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이고 그 다음을 준비해야겠다. 이제 웹 공부 하던 거 마저 하고 책도 마저 읽어야지!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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