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다니게 된 계기

나는 고등학교를 다니며 체중을 거의 63kg을 찍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워낙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탓에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비만이었던 나는 저때 당시에 아마 고도비만이었나 거기까지 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별 생각 없던 어느 날, 안방에 있는 전신 거울 앞에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내 불룩 튀어나온 배가 너무 보기 싫었다.
나도 옷 입었을 때 옷태가 났으면 좋겠고, 뛰거나 걸을 때 안 힘들었으면 했다. 그래서 일단은 군것질과 기본적으로 먹는 밥의 양을 줄이기 시작했다. 내가 밥을 먹을 때 기본 1.5 ~ 2인분은 그냥 먹었기 때문에 저 방법만으로도 6kg 정도를 감량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살이 빠지고, 나는 집에서 홈트를 시작했다. 흔한 유튜브의 전신운동 영상부터 시작했고, 점점 흥미가 붙어 나도 근력운동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바로 헬스장을 가자니, 기본 체력이 부족할 것 같아서 집에서 어느 정도는 근력을 키워 나가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오빠가 갖고 있던 조립식 덤벨을 가지고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스쿼트부터 덤벨로우 등, 나름 부위별로 무산소와 유산소를 병행했다. 이때 당시 푸쉬업을 무릎 떼고 겨우 10개 할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샌가부터 운동을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내가 제대로 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무게를 더 올리지도 못하겠고, 자극도 집중이 안 되고 분산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집 주변 헬스장을 찾아봤다. 그러다 주변을 지나다니며 헬스장을 본 기억이 났고, 더 이상 질질 끌면 어차피 헬스장을 안 다닐 것 같아서 반 충동적으로 헬스장과 pt 등록을 했다.

다이어트

인바디

사실 나는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니라, 근육량 증가에 초점을 맞췄지만… 인바디 수치를 보니 좀 많이 안 좋았다.

  • 근육량
    • 몸통: 표준
    • 왼팔: 표준
    • 오른팔: 표준
    • 왼다리: 표준
    • 오른다리: 표준
  • 체지방
    • 몸통: 표준이상
    • 왼팔: 표준
    • 오른팔: 표준
    • 왼다리: 표준
    • 오른다리: 표준
  • 골격근/지방분석
    • 체중: 56.1kg
    • 골격근량: 21.1kg
    • 체지방량: 17.3kg (체지방률 30.9%, 내장지방 레벨 7)
    • 표준체중 허약형(C자)
  • 인바디 점수 73점

그래서 일단은 몸에서 필요없는 지방을 걷어내는 걸 목표로 설정했다. 그리고 장기적인 목표로는 턱걸이를 하고 싶었다.

운동

주로 기초 체력을 기르는 것에 초점을 뒀었다. 근육을 고립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전신 운동을 위주로 했던 것 같다.
케틀벨 스윙(이건 지금도 지옥이다)이나 숄더 프레스와 스쿼트를 합친 거라든가, 인버티드 로우, 더블 크런치 등등을 했다. 주로 유산소성 무산소도 병행해서 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런닝머신에서 심박수를 유지할 정도의 속도로 빨리 걷기를 30분 ~ 1시간씩 했었다.

몸에서 필요 없는 지방이 꽤 걷어지고, 슬슬 기초 체력이 준비되었을 때부터 웨이트를 본격적으로 배웠다. 풀다운, 로우(종류가 많다), 풀업, 스쿼트(오버헤드, 핵스쿼트, 와이드 등), 레그 익스텐션, 레그 컬, 푸쉬업… 나열하기에도 꽤 많다. 이때부터 슬슬 근력운동이 재밌기 시작했다. 뭔가 평소에는 에너지를 꽁꽁 감싸고 있었다면, 웨이트를 할 때에는 에너지를 빵 하고 터뜨리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악을 쓰는 느낌? 일상에서는 그렇게 이 악물고 뭔가를 할 일이 없어서 그런가 파워를 뿜어낼 수 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글을 쓰는 현재는 데드리프트, 핵스쿼트, 레그 프레스, 푸쉬업 & 로우를 좋아한다. 근데 케틀벨 스윙은 아직도 싫다.

식단

식단은 초반엔 별 거 없고, 그냥 다이어트 도시락을 먹었다. 간도 어느 정도 잘 되어있고, 밥의 양만 좀 적을 뿐이지 대체적으로 먹을 만 했고, 어떤 도시락은 상당히 맛있었다. 맛있닭 다이어트 도시락으로 먹었다.
간식의 경우, Quest 프로틴 바를 하루에 반 개씩만 먹었다. 운동이 끝나면 칼로바이 프로틴 스파클링 라임맛(맛마다 영양성분이 다르다)을 한 캔씩 마셨다.
보통 프로틴 들어간 제품들은 비리다고 하는데, 나는 저 두 개 에서는 딱히 그런 건 못 느꼈다.

결과

결과적으로 근육량은 1kg 정도 늘고, 체지방만 6kg 정도 빠졌던 걸로 기억한다. 다이어트를 하는데 근육량이 늘면서 체지방이 같이 빠졌다는 게 최고이자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난생 처음으로 바지도 s사이즈를 입고 운동복도 커져서 제일 작은 사이즈를 입었다. 건강 측면에서도 가장 와닿았던 부분이,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몸이 엄청 가벼워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일어나면 “어우…” 이랬는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 그냥 일찍 일어나면 조금 졸릴 뿐.

트레이너 쌤이 나한테 덤벨을 6kg 정도를 쥐어주고 본인 몸에서 그만큼 빠졌다고 말씀해주셨을 때, 내 몸이 원래 저렇게 무거웠구나가 실감났다.

바디프로필

바디프로필 계기

슬슬 정체기가 오기 시작했다. 몸에서는 이제 쓸데없는 체지방이 다 걷어져서 지방이 빠지지 않도록 붙잡아두려는 게 정체기라고 한다. 슬슬 운동에 대한 목표를 재설정할 때가 왔는데, 이때 PT쌤으로부터 바디프로필을 제안 받았다. 바디프로필을 원래는 찍을 생각이 1도 없었는데, 찍기로 결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1. 내가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나. 취업하고 나면 이거 못 한다.
  2.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을 때, 한 번 극한까지 몸을 만들어보고 그 방법을 체득하고 싶다.
  3. 다이어트를 끝냈을 때, 내가 여기까지 해봤다는 결과를 남기고 싶다.

그러고 바디프로필 촬영까지의 기간을 4주로 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일반인들이 타이트하게 잡으면 3달은 잡는데, 나는 이미 운동을 하던 상태라 짧고 빠르게 끝내기 위해 4주로 잡았다.

운동

하… 운동 하느라 하루를 다 보냈다. 말 그대로 헬스장에서 살았던 것 같다. 수업 있는 날에는 4-5시간, 없는 날에는 3-4시간 동안 헬스장에서 내내 운동만 했다.
심지어 갈수록 지방을 디테일하게 걷어내야 해서, 소근육 운동들이 추가되면서 운동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때 했던 소근육 운동들이 다음과 같다.

  1. (케이블 푸쉬다운 2단계 15번 + 1단계 20번 + 케이블 오버헤드 1단계 10번) * 4세트
  2. (레터럴 레이즈 1kg 50번 + 맨손 50번) * 4세트 - 참고로 얘는 쉬는 시간도 없이 바로 했다.
  3. 벤트 오버 레이즈 1kg 20번 * 4세트
  4. 해머컬 3kg 25번 * 4세트
  5. (크런치 30번 + 리버스 크런치 30번 + 레그 레이즈 30번 + V업 30번 + 더블 크런치 30번 + 슈퍼맨 30번) * 4세트
  6. (사이드 밴드 20번 + 옆구리 비틀기 20번) * 4세트 - 10초씩 버티면서 진행

이걸 거의 매일 했다. 근육통이 있어도 했고, 너무 심해서 팔이 펴지지 않거나 접히지 않으면 그 부위는 근육통이 조금 풀리면 바로 했다.

그리고 운동의 방향이 달라진 게 느껴졌다. 저중량 고반복? 자극 위주로 운동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아래에 자세히 적겠지만 나중 가서는 탄수화물 양까지 확 줄이다 보니, 중량을 칠 수 없었다. 운동할 때, 힘이 안 들어간다는 느낌이 드는 건 저때가 제일 심했다. 그러다보니 운동을 하는데, 재밌다기 보다는 “내가 이 정도도 못 든다고?” 라는 생각이 들면서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가 운동의 방향성이 왜, 어떻게 달라진 걸 인식하고부터는 멘탈을 수습하며 운동을 진행했다.
추가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점이 바로 생리였다. 나 같은 경우, 생리 중에는 지방이 죽어도 안 빠진다. 심지어 거기에 근손실이 난다. 근손실 + 지방 정체/증가라는 환장의 콜라보는 밑 빠진 독을 열심히 막고 있는데, 다른 멀쩡한 곳을 부수려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생리가 끝나면 근육량은 회복되고 지방은 확 빠지긴 했다. 근데 2주의 간격을 두고 생리를 연달아 하는 동시에, 생리통까지 와서 아파 죽겠는데 거기에 운동까지 하려니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았었다.

촬영 전날에는 헬스장 정기휴무라 동네를 1시간 돌아다녔다. 여기저기 골목골목 다니면서 맛집도 찍어두고, 배달 앱에서 봤던 식당들을 직접 가보며 포장 주문할 만한 거리인가도 봤다. 그래놓고 여지껏 배달 음식을 먹지도 않았다…

식단

1~2주차

  • 저염 닭가슴살 100g
  • 고구마 100g
  • 브로콜리 1/2
  • 파프리카 1/2
  • 간식: 계란 흰자 3개

3주차

  • 무염 닭가슴살 100g -> 중간에 너무 배고파서 150g으로 늘렸다.
  • 고구마 50g
  • 브로콜리 1/2
  • 파프리카 1/2
  • 간식: 계란 흰자 3개 -> 중간에 무염 닭가슴살 100g으로 바뀌었다.

4주차

  • 무염 닭가슴살 150g
  • 브로콜리 1/2
  • 파프리카 1/2
  • 간식: 무염 닭가슴살 100g
  • diet_for_body_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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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녁 식사 전부터 단수

진짜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어떤 사람의 밑바닥을 보려면, 그 사람에게 롤을 시켜보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바프를 준비하면서 식단을 시켜보면 그 사람의 밑바닥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성격 검사에서도 인정할 만큼 예민하지도 않고 잔잔한 사람인데, 이 기간 만큼은 예민함이 스멀스멀 새어나왔다.
남자친구 피셜로는 본인한테는 예민하게 굴지 않는데, 예전의 나라면 그냥 넘겼을 일에 대해 내가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먹는 것도 먹는 건데, 저 상태로 운동을 3-4시간 매일 한다고 생각해보면 진짜 극한의 상황이었다. 정말 정신력 싸움 같았다.

그리고 몸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체지방이 빠지는 건 빠지는 건데, 근육량도 같이 감소했다. 그도 그럴게, 저염-무염으로 가면서 몸에 나트륨이 적어지면, 몸에서는 물을 잡아둘 필요가 없어진다. 물은 근육이 저장하고 있는데, 물이 빠지면… 근육도 같이 빠져버린다… 그래서 닭가슴살을 엄청 먹었다.
또 하나, 여자라면 민감할 수 있는데, 생리 주기에 문제가 생겼다. 체지방률 18% 대로 진입했을 때였나, 그때부터 생리 주기가 14일이 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촬영이 끝난 지금도 조금 불안정하긴 한데, 저때보단 낫다.

아, 그리고 치팅 데이를 갖는 사람도 있는데 난 치팅 같은 거 없었다. 매일 그냥 저렇게 먹었다. 피티쌤 피셜, 치팅 데이를 가질 정도로 식단이 빡센 건 아니라고…(ㅖ?)

인바디

최종 인바디는 검사지가 남아있어서 이걸 올리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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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인바디 기계 뭔가 이상하다! 그래서 눈바디도 같이 올려야지

눈바디
사진에서 곧 조명에 가려질 복근입니다.

후기

촬영

촬영 장소: 치카서울 양재 촬영 시각: 2022.08.29 오후 12시 메이크업: 봉살롱

태어나서 해 본 화장이라곤 유치원 재롱잔치 밖에 없었던 나는, 처음으로 논현에서 메이크업을 받았다. 봉살롱이 바프 스튜디오랑 연계되어 있어서, 봉살롱 예약할 때 치카서울에서 바프 예약했다고 예약 시각과 함께 말씀드리면 언제까지 오면 좋을지도 알려주신다.
메이크업 선생님께서 원하는 스타일 있냐고 하시길래, 내 퍼스널 컬러대로 그냥 너무 핑크색이나 쨍한 색을 사용하지 않으셨으면 한다고만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음영 위주로 해주셨고, 눈가 주변은 펄이 좀 들어가서 화려한데 확실히 사진 상에서는 잘 나올 것 같았다. 화장을 받으면서 신기했던 점이 내 눈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던 거..? 왜 사람들이 화장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나는 그 뭔가를 발랐을 때의 답답한 느낌이 너무 싫어서 하기가 싫다.

헤어 메이크업은 4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난생 처음 속눈썹도 붙여보고, 립도 발라보고 셀카존에서 사진도 찍으며 1시간 정도를 기다리다가 치카서울로 출발했다.
봉살롱이랑 택시로 10분 거리라 금방 도착했고, 사전에 카톡 상담으로 말씀드린 정보에 따라 상담을 진행했다.
그러고 펌핑 시간 30분을 주셨는데 너무 짧아서 펌핑다운 펌핑을 거의 못 하고 그대로 촬영을 시작했다.

사진은 처음 치고는 상당히 만족스럽게 찍혔다. 작가님께서 외복사근(맞나) 뚜렷하게 나오는 여성 분 처음 본다, 원래 운동 하시던 분이시냐, 몸 너무 예쁘다, 얼굴은 귀여운데 기립근이 화나있다(?) 라며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촬영을 하는 데 긴장이 좀 많이 풀렸던 것 같다.
중간중간 사진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확인시켜주시는데, 사진을 보며 “역시 프로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예쁘게 찍어주셨다.

촬영이 끝나고 홀린 듯이 물을 엄청 들이켰다. 전날부터 단수를 한 탓에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데, 난 내가 물을 그렇게 잘 마시는 사람인지 몰랐다.
이후 옷을 갈아입고 베스트 컷들을 모아둔 인화지를 4장 받았다. 각 장당 9개의 사진이 있었고, 작가님과 함께 그 중에서도 잘 나온 사진 4장을 골랐다. 그 4장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파일을 밑에 올려두었다. 참고로 아직 보정본이 도착하지 않아서… 원본사진을 올려두었다.

바디프로필 원본
나 진짜 열심히 했다.

추가로 남자친구가 와주서 힘들어서 기운빠질 때마다 텐션 높여줘서 너무너무 고마웠다(사랑해!).

맛집 투어

뱅뱅 막국수: ★★★★★
재방문 의사: 완전 있음ㅇㅇㅇㅇㅇ

이때 봉인 풀린 것처럼 엄청 먹었다. 일단은 라피신때 맛슐랭 가이드에 올라왔던 뱅뱅 막국수를 먹었다. 나는 참기름 막국수에 미니 육전, 남자친구는 들기름 막국수에 미니 육전, 그리고 김치만두를 먹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무쌈(?)은 개인적으로 참기름 막국수에, 열무 김치는 들기름 막국수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참기름 막국수는 비빔국수 양념에 참기름의 고소함이 장난 아니었다. 그리고 들기름 막국수는 담백한 맛 베이스에 고소해서 손이 계속 가는 느낌이었다. 냉면으로 치자면 참기름 막국수는 함흥, 들기름 막국수는 평양 같은 포지션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히려 들기름 막국수가 더 취향이었고, 남자친구는 참기름 막국수가 더 취향이었다고 한다.

홍팥집: ★★★★☆
재방문 의사: 근처에 갈 일 있으면 들른다

밥을 먹었으니 후식을 먹으러 갔다. 홍팥집에서 앙금빵이랑 가마솥 빙수를 먹었는데, 팥을 직접 만들어서인지 팥 앙금이 전부 으깨져 기성품을 먹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통팥을 앙금보다 더 선호하는 편이고, 팥 알갱이를 으깬 게 아니라 퍼석퍼석 거리는 알알이 살아있는 식감을 더 좋아해서 나에겐 그 점이 아쉬웠다.
빙수의 떡도 조금 더 잘았다면 입에서 팥과 얼음과 함께 잘 조화가 되었을 것 같다. 그래도 팥빵이 쫄깃한 게 맛있었다.

호두까끼형제: ★★★★★
재방문 의사: 너무 땡기면 네이버로 주문하고, 그게 아니면 웬만하면 양재 갈 일 있을 때 들를거임

무설탕, 유기농을 슬로건으로 내놓은 곳이다. 나는 헤이즐넛 카카오, 호두 쉐이크, , 남자친구는 시그니처 호두파이, 청포도 에이드를 주문했다.
일단 파이를 비롯해 모든 메뉴들이 그렇게 달지 않다. 식단을 클린하게 가져간 탓에 미각이 상당히 예민해져서 쌀밥만 먹어도 엄청 달게 느껴지는 상태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메뉴들이 달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리고 파이들이 기본적으로 반죽이 얇고 필링은 실해서 먹는 맛이 있었다.
음료는 호두 쉐이크가 압권이었는데, 호두의 고소함과 묘한 달짝지근함이 너무 내 취향이었다. 그 자리에서 파이와 음료를 다 마시고, 남자친구 덕에 프리미엄 너트 파이도 포장해갔다.
개인 취향으로는 프리미엄 너트 파이도 맛있는데, 호두파이가 파이 중에 제일 맛있었다. 아 또 먹고 싶다…

혼양: ★★★★☆
재방문 의사: 집도 주변이고, 양고기 생각나면 거기로 갈 듯

저녁은 가족끼리 같이 먹었다. 양고기와 꿔바로우가 너무 먹고 싶어서 갔다. 꿔바로우는 크게 맛있다 이 정도 까지는 아니었고, 양고기가 정말 맛있었다. 아쉬운 점은 고수가 없다는 거? 난 고수를 좋아하는 편이라 고수를 무더기로 먹는 편인데 고수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또띠아를 주는 게 특이했는데, 또띠아를 구워서 양고기와 같이 싸먹을 때 어울리는 반찬을 못 찾았다. 차라리 또띠아가 아니라 꽃빵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그렇게 먹고 피티쌤이 카톡으로 과식하면 탈나니까 과식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가볍게 패스한 결과는 다음 날 배탈로 대가를 치렀다… 그리고 바프 및 다이어트가 끝난 지금도 과식하면 다음 날 배탈이 난다…
바프 찍은 사람들, 먹고 싶어 하는 거 언제든 먹을 수 있으니까 과식하지 말자. 진짜 배탈나서 아파가지고 자다 깬 건 처음이었다.

유지어터

운동

이제 탄수화물도 먹어주다보니 근육량이 일시적으로 확 늘었다. 피티쌤이 이게 밴딩-로딩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내가 바프를 준비하면서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였는데, 그러면 근육 내에 저장된 탄수화물, 글리코겐이 바닥난다(물론 운동할 때 근육의 글리코겐을 갖다 쓰니까). 그 후 내가 바프가 끝나고 엄청 먹음으로써 근육에 탄수화물이 저장되고, 수분도 같이 저장이 되면서 근육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근육량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조금 줄어든다고 한다.

▼ 바프 다음 날 인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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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

식단은 탄단지 비율을 맞추며 최대한 클린하게 먹으려고 하고 있다. 탄수화물은 주로 곡물, 즉 현미밥, 통밀(100% 통밀)이나 호밀, 오트밀 등 가공이 최소화된 걸로 섭취한다. 대충 현미밥은 100g, 통밀빵은 70-80g, 오트밀은 40g 정도로 탄수화물 양만 따지면 30-40g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머지 탄수화물은 당근 라페라든가, 야채 구이, 샐러드 등의 야채로 채우고 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최대한 생으로 먹으려 하는데, 아니면 굽거나 찌거나 삶기만 하지, 튀기진 않는다. 그리고 간은 최소한으로 한다. 실제로 당근 라페의 경우, 원래 소금에 절여야 하는데 나는 그냥 홀그레인 머스타드에 무쳤다. 어차피 머스타드에 염분 들어가니까. 야채 구이에도 후추만 뿌리지 소금 간 안 한다. 최대한 간을 안 하거나 최소한만 한다. 겉절이에도 소스의 정량보다 반만 만들어서 무쳐놨다.

단백질은 닭가슴살. 말해 뭐하겠나… 닭가슴살이 가장 싸고 단백질이 많으면서 지방이 적은 걸. 허브 믹스(솔트 아님), 후추만 뿌려서 에어프라이어에 200도/10분 + 5분 구워주면 굽네 치킨 부럽지 않다. 난 개인적으로 이것도 맛있어서, 여지껏 치킨도 안 먹고 있다. 겉바속촉 그 자체. 노브랜드 닭가슴살이 제일 싼 것 같다. 냉동실에 3kg 정도 쟁여놓고 거의 매 끼니마다 챙겨먹고 있다. 아니면 가끔 장조림 꺼내서 닭가슴살 대신 먹는다. 물론 이 장조림도 간이 약하다ㅎ

지방은 대충 불포화 지방인 올리브유나 호두 등으로 섭취했다. 많이는 말고 적당히 먹는다. 가끔 땅콩버터가 땡기면, 프로틴 땅콩버터 파우더(외국 건데 프로틴 들어가고 저지방에 low sugar인 제품이 있다)로 발라먹는다.
치즈는 포기를 못 하겠어서 그나마 먹을 만한 걸 찾아봤는데, 코티지 치즈란 게 있었다. 코티지 치즈는 프레시 치즈 종류로, 다른 치즈 종류에 비해 지방이 적다고 한다. 그런데 시중에 파는 건 염분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지방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라, 나는 저지방 우유로 직접 코티지 치즈를 만들어서 먹었다. 물론 여기에 소금은 안 들어간다.
다음엔 무지방 우유로 만들어봐야지.

현미밥 식단은 자꾸 사진을 찍는 걸 깜빡하는데, 통밀빵 식단은 찍어둔 게 몇 장 있어서 올려두도록 하겠다. 내 몸 상태가 어떻게 바뀌는 지를 보고 식단에도 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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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과일은 먹고 싶으면 아침에만 반 쪽씩 먹는다. 웬만하면 토마토 같은 채소로 먹으려고 한다. 그리고 만약 오늘 외식이 있다! 싶으면 그날 최소한 한 끼라도 다이어트 할 때 처럼 먹으려고 한다. 그게 3번째에 있는 빵 대신 단호박을 먹은 사진이 해당된다.
사진 중간중간 보면 빵 개수나 중량이 달라지는데, 얼마나 먹어도 되는지 봤는데 나한테는 지금 봤을 땐 70-80g이 적당한 것 같다.

과자나 간식도 먹기는 먹는다. 단, 아침에 진짜 조금씩만. 며칠 전에 노브랜드 나쵸(155g 이던가)를 샀는데, 그걸 지금 5일째 먹고 있다. 아직도 좀 남았다. 20g씩 먹거나 5조각만 먹거나 아님 아예 안 먹거나 하고 있다. (크림)빵이나 케이크도 먹고 싶으면 아침에 조금씩만 먹는다.

그리고 가끔 가짜 배고픔이 올 때가 있다. 배고프지도 않은데, 뭐가 먹고 싶거나 특정 음식이 땡길 때. 그러면 나는 일단 배에서 꼬르륵거리는지를 본다. 배가 꼬르륵거리면 밥 먹을 때가 된 거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물을 마시거나 양치를 한다. 그게 몇 번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괜찮아진다.

영양성분표

아, 이걸 깜빡했다. 영양성분표 보는 습관을 몸에 익힌 게 큰데 이걸 빼먹다니.

일단, 영양성분표에서 내가 보는 건 나트륨, 탄수화물(당류, 식이섬유), 지방(포화지방, 불포화지방), 단백질 정도이다.
나트륨은 당연히 최대한 낮은 걸로 먹는다. 내 기준 20% 정도의 나트륨이면 짭짤하다고 느낀다. 30%가 넘어가면 짜다고 느껴지더라.

그 다음은 탄수화물. 만약 탄수화물이 11g인데, 당류가 11g이다? 그러면 탄수화물이 전부 단 맛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즉, 설탕이든 뭐든 단 걸로만 탄수화물을 채운 거기 때문에 그런 식품은 먹지 않는다. 식이섬유 이런 거 없이 순수하게 당으로만 탄수화물을 채운 건 피한다.

지방은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으로 나뉘는데, 만약 지방이 15g인데 포화지방이 12g이다? 그러면 그것도 안 먹는다. 애초에 포화지방 하루 권장량이 15g(맞나)이기도 하고 불포화지방에 비해 포화지방이 너어무 많다. 포화지방이 적고 불포화지방이 더 많다 하더라도 불포화지방이 너무 많으면 그것도 안 먹는다.

그리고 단백질? 단백질은 대환영인데, 단백질도 너무 많이 먹으면 안 좋아서… 한 끼에 대충 20~30g 정도 먹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전체적으로 지방 > 탄수화물 > 칼로리 > 나트륨 > 단백질 순으로 보는 것 같다. 어차피 단백질은 식사 때마다 닭찌로 채우니까. 우선적으로 많이 먹으면 안 좋은 것을 위주로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새로 나왔다는 제로 과자 같은 것들도 당이 없고 칼로리도 낮다지만 지방이 너무 많아서 안 먹는다.

마치며

진짜 몸 만드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만, 직접 체감해보니 더 실감이 났다. 트레이너나 선수를 직업으로 삼는 분들 진심으로 존경한다.
그리고 누가 나한테 바프 한 번 더 찍을 거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답은 일단은 “생각 있음”이다.
단, 지금 말고 내가 운동 경력이 더 쌓이고, 몸을 더 다듬고 한다면 30대 전에는 한 번 더 할 생각이 있다.

그리고 난 바프가 끝나고 나서 나도 폭식증에 걸리지 않을까 하고 불안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언제든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운동을 꾸준히 하겠다는 것, 평소에는 식단을 클린하게 하겠다고 상기하며 다짐한 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실제로 바프 전까지는 “헤헿 바프 끝나면 치킨, 케이크 겁나 먹어야지” 했는데, 식단이 다시 클린한 일반식으로 돌아가고 나니까 딱히 생각이 안 난다. 아, 케이크는 예외. 가끔 먹는다. 대신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는 선에서.

바프도 바프지만, 다이어트를 하면서 입맛이나 체질도 바뀐 건지, 건강하게 먹으면 문제가 없는데 조금이라도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걸 먹으면 바로 탈나니까 딱히 나도 먹고싶어지지 않는 것 같다. 다이어트가 내 식습관 자체를 좋은 방향으로 바꿔놓은 것 같아서 그 고생을 한 것에 대해 후회도 없고, 오히려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내가 다시 살이 찐다 해도 57kg에서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것과 50kg에서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건 천지 차이기도 하고, 이제는 다이어트 방법을 아니까.

그리고 내가 생각보다 멘탈이 강한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원래도 강한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다시 말하지만 식단을 할 때 치팅? 그딴 거 없었다. 피티쌤 몰래 뭐 먹은 적? 호두과자 3알 먹은 게 전부였다. 그마저도 그 값을 하려고 그 다음날에 운동량 엄청 늘렸었다. 뭔가 식단에서 많이 벗어나면 내가 나한테 지는 기분, “내가 이것 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너무 싫었다. 주변에서 독하단 얘기 들을 정도로 악물고 했는데, 그만큼 결과가 잘 나와서 보람도 있었다. 역시 성격검사에서 인증 받은 참을성 만렙 bb

이제는 48-49kg 대 유지를 목표로 잘 지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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