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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과정

주제 선정

나는 지금 42 서울의 동아리, 집현전에서 백엔드 개발을 맡고 있다. 작년 7월부터 합류해서 12월까지 4차 개발팀에서 기능 개발을 했고, 12월부터 대략 2월이었나, 그때까지 1차 리팩토링을 했었다. 이 내용을 토대로 수요지식회에서 발표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았었다. 그러다 인프콘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주제로 나가봐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지원해봤더니 발표자로 선정되었다.

준비 과정

발표 준비는 나와 집현전의 개발팀원 중 한 분인 seongyle님과 했다(발표 PPT의 마지막 장에 연락처가 있다). 역시나 발표를 많이 해보셔서 그런지,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어떻게 아이템을 배치해야 가독성을 높일 수 있는지라든가, 도표를 작성할 때의 팁이라든가 등을 배웠다.
그리고 발표자의 인상 등등에 대해서도 조언해주셔서 앞으로도 발표할 때마다 그 부분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성능 측정을 wrk2로 했었는데, 그에 대한 준비도 해오셔서 덕분에 준비를 순조롭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집현전에서 리팩토링 내용을 아는 분과 모르는 분들께도 각각 PPT를 보여드리며 피드백을 받았었는데, 이또한 발표 내용 구성에 도움이 되었다.

인프콘 측에서도 많이 도와주셨는데, 1차 피드백 뿐만 아니라 온라인 리허설 때에도 핵심을 담은 조언을 해주셔서 구성을 다양하게 할 수 있었다. 특히나 온라인 리허설에서 같은 조였던 송범근님, 김정규님, 한윤석님, 이석재님과 인프콘 운영팀 분들께 감사했다.

리허설

오랜만에 코엑스를 가서 그런가, 길을 많이 헤맸었다. 개포동을 갔다가 노트북을 들고 바로 코엑스에 갔는데, 약도에서 아무리 찾아도 그랜드볼룸을 못 찾겠어서 결국엔 눈에 보이는 큰 건물에 들어가 인포데스크에 있는 직원 분께 여쭤봤다.
10분 동안 땡볕에서 돌아다니다가 겨우 찾아서 들어갔고, 발표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언제 포디움에 서고 언제 퇴단하면 되는지 등의 안내를 받았다. 15분의 시간이 주어졌고, 내 발표 자료를 보려고 공용 노트북으로 확인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한 줄로 나와야 할 문장이 두 줄로 나오는 것이었다. 혹시나 해서 폰트롤 봤더니, 시스템에서 폰트를 불러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데 잘 되지 않았고,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어서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 되겠다 싶었기에 개인 노트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어찌저찌 해프닝을 잘 마무리해서 리허설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 외에도 다들 같은 폰트를 사용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셨으려나 싶다.

발표

발표 전

오전 10시에 대기실에 도착하자, 발표자 키트를 주셨다. 다들 그 안에 든 스피커 티셔츠를 입고 계셨고, 다들 그 옷을 입고 발표하시려는 것 같아서 나도 그냥 티셔츠로 갈아입고 발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날 리허설 할 때까지는 떨리지 않았는데, 발표 당일이 되니 무척 떨렸다. 녹화가 된다고 해서 그런가, 발표를 할 때 긴장이 되었던 건 처음이었다.
여태까지는 그냥 내 이야기를 한다는 마인드였는데, 이번에는 녹화를 하고 그게 인터넷에 올라가는 데다가 돈을 받고 정보를 전달한다는 압박감이 들었다.
그래선가 원래도 글을 읽을 때 가끔 말을 더듬기도 하는데, 연습할 때부터 한두 번 더듬기도 했다.

역시 사람은 다 똑같은지 나만 긴장되는 게 아니었다. 대기실에서 들었던 얘기는 딱 세 가지 종류였다.
“저 너무 떨려요.”와 “발표 어떤 내용으로 하세요?” 내지는 “몇 시 발표세요?”였다. 나도 주변과 얘기를 나누거나 1층의 부스를 돌아다닐 생각도 하지 않을 정도로 떨렸는데, 저 얘기들을 듣고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었다.

발표 중

12시 15분에 내 이름이 불리고, 발표 장소로 이동했다.
내 노트북을 연결하는데, 여기서도 살짝의 이슈가 있었는데, 금방 해결이 됐다. 첫 컨퍼런스라 그런가 액땜이 상당하다.
그리고 반가운 얼굴들을 봤다. 멘토님과 집현전 개발팀원 분들, 그리고 42 서울의 동료들을 만나 같이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큰 힘이 되어주셨다.

발표자 영상이 나오고 포디움에 섰는데, 예상했던 수의 청중이었고 애써 편하게 해보려고 했는데 쉽게 진정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긴장하지 않고 연습할 때 13분 정도의 분량이 나왔고, 발표 시간은 그때와 같았지만 조금 더 말을 천천히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역시나 말을 조금 더듬긴 했지만, 수년 간의 오케스트라 경력으로 이루어진 실수를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넘기면 상관없다는 뻔뻔함으로 잘 넘겼다.
그때의 무대 경험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발표를 마치고 질문도 받았는데, 의사 결정 과정이라든가, 함수를 작은 단위로 쪼개는 법이라든가, 타입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하는지 등의 질문을 받아 열심히 답변해드렸다.

발표를 마치고

아쉬웠던 점

솔직히 몇 개 있었다. 첫 번째로 말의 속도였는데, 내가 녹음을 해서 직접 들어보며 조절한 빠르기인데 발표를 하면서 긴장했는지 조금 더 빨라졌나보다.

그 부분 말고도 온라인 피드백 때 내가 조원분들께 “발표 시간이 10분이 조금 안 걸려서, 내용을 더 추가할까 합니다. … 내용들을 준비했는데, 피드백 주실 수 있나요?” 하고 여쭤봤다.
그때 “주니어 개발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했는지, 그리고 리팩토링을 하면서 겪었던 갈등이 궁금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 피드백을 듣고 스파크가 튀는 느낌이 났다. 시니어의 입장에서는 그런 게 궁금하겠구나 싶었고, 뭔가 깨달은(?) 느낌이었다.
발표 시간 예상을 잘못했는지, 내용을 추가했을 때 PPT에 하나의 장표로 넣으면 발표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서 가볍게 말로 전달하기로 했다. 결국엔 해당 내용에 대해 따로 질문시간에 말씀드려야 했는데,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아쉬웠다.

그렇게 발표를 마치고 나는 어차피 발표도 끝난 거 여유도 있겠다 부스도 돌고, 다른 발표자 분들과 짧게나마 응원도 주고 받고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개인적으로는 nrise의 콰트에 관심이 있었다. 홈트 어플이었는데, 난 헬스장을 더 선호하지만 일단 운동이라는 내 취미와 개발이 합쳐져 있어서 크게 흥미가 있다(운동 시범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네트워킹 시간에는 나와서 돌아다니다가 집현전 분들을 만나, 같이 이곳저곳을 함께 다녔다.

네트워킹

네트워킹 시간에 nrise와 게임듀오 백엔드 현직자 분들로부터 여러 조언을 들었다. 그 중 인상깊었던 내용은

Q. 3 - 5년차 경력직의 실력은 어떤 걸 기준으로 하나요? A. 보통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일은 많이 하지만, 유지보수는 해본 경험이 없을 것이다. 유지보수는 관리도 있겠지만, 리팩토링을 한다든가 성능 개선을 해본다든가 등이 있다. 이런 것들을 해봤을 때, 경력이 1년이든 관계 없이 좋게 본다.

(기억에 있는 내용을 끄집어 낸 거라 어투는 다를 수 있다.)

였다. 사실 이걸 노리고 집현전에서 “리팩토링 합시다!” 한 것도 있기는 하다. 그래도 개발 방향성을 잘 잡았던 것 같아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유지보수로 포트폴리오를 작성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거둘(거두게 할) 수 있었다.

발표 때 얘기하지 못한 것

발표를 하는 데 이야기하지 못했던, 이것도 이야기했으면 좋았을텐데 싶었던 것을 적었다.

리팩토링을 하기까지의 의사 결정 과정

42라는 집단은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굉장히 특수한 집단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 합시다!” 하면 크게 문제가 없지 않은 이상 납득이 되면은, 대부분 “좋습니다”하고 열려있는 마인드를 가졌다.

그런 곳에서 내가 리팩토링 할 때 ORM 쓰자고 했을 때에도 반대하기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인 분위기에 가까웠다. 아마 리팩토링의 필요성은 다들 느끼고 있었지만, 팀과제로 인한 시간 관리의 어려움과 총대를 멜 부담감 등의 이유로 쉽게 말은 못 꺼내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어차피 그때 당시 이너 서클 초반부였던 내가 시간도 있으니 튜토리얼도 준비해서 진행했다. 거기에 그때 당시에는 42에 멘토링 시스템이 있었고, 멘토 분께 이런 저런 질문을 하며 멘토링을 받아 리팩토링의 대략적인 틀도 잡았다.

그래서 의사 결정 과정을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일사천리였다. 사실 갈등도 없었고, 그나마의 노력이라면 먼저 “하자!” 하고 얘기를 꺼낸 정도..?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제일 어려운 일 아닌가 싶다.

마무리

첫 컨퍼런스 참가였는데, 발표 중에는 “ㅎ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하는 기분이었지만, 막상 끝나고 나니 “또 할 수 있겠는데?” 싶었다.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었다. 준비 과정도 뒤돌아보면 되게 재밌었고 여러모로 많이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다음에도 이런 발표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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